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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無題 |
지난 4월 해외출장길에 있었던 일이다. 금요일 새벽에 공항에 나가 무게를 달기 위해 짐을 올리고 좌석을 배정받으려는 순간 청천벽력 같은 일이 벌어졌다. 비자를 받지 않았다는 것이다. 있을 수도 없는 또 있어서도 안 되는 일이 나도 모르는 새에 벌어져 있었던 것이다.
몹시 당황했지만 냉정을 되찾고 짧은 회의를 거쳐 오늘 안에 떠나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 다음에는 하나님의 뜻을 묻고 순적한 길로 인도하실 것을 간구했다. 다음에는 짐을 공항에 맡기고 오늘 안에 비자를 받아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는지를 알아보았다. 가능성은 거의 제로에 가까웠다. 그러나 믿음으로 오후 비행기를 예약하고 비행기 출발 전에 비자 받을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하며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을 물색했다. 다행히 대사관의 아는 분과 연결이 되어 비자를 받을 수 있었고 차질 없이 출장을 다녀오게 되었다.
이 어처구니없는 일을 통해 제일 먼저 떠오른 것은 천국 문 앞에 섰을 때 하나님의 자녀인 것을 증명할 증명서가 없다고 한다면 어떻게 할까하는 것이었다. 열심히 주일 안 거르고 교회 나가 예배드리고 가끔씩 새벽기도에도 나가면서 나름대로 성실하게 신앙생활을 했는데 마지막 그날에 하나님께서 천국에 들어올 수 있는 비자가 없다고 하신다면 얼마나 기가 막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비행기를 타고 목적지까지 가는 동안 나 자신의 신앙생활을 되돌아보았다. 제자훈련, 사역훈련, 전도폭발 훈련까지 받은 사랑의 교회 권사, 순장, 교구장, 게다가 교수선교회 선교팀장까지....프로필은 그만하면 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보이는 삶이나 보이지 않는 곳에 감추어진 삶이 부족한 점은 있을지라도 크게 부끄럽지는 않으니 그것도 그만하면 될 것 같았다. 그러나 한 가지 좀 마음에 걸리는 부분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경건의 모양은 있으나 희생과 헌신은 없는 짝퉁 그리스도인. 사랑을 입에 걸고 있으나 교회 밖의 영혼에 대한 사랑은 없는 기독교인. 늘 순종한다고 하지만 무조건적인 순종이 아니라 선택적인 순종을 하며, 헌신한다고 하면서 온전한 헌신이 아니라 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만 헌신하는 얄팍한 기독교인--이것이 바로 나의 현주소였던 것이다.
Ⅱ
생캠 첫 주일, 기독교인의 야성을 회복하자고 승용차를 집에 놓고 버스를 탔다. 처음은 좋았는데 한남동에서 버스를 갈아타고 문제가 생겼다. 자리에 앉기 전에 출발하는 바람에 넘어져서 오른손 무명지를 다치고 말았다. 심상치 않게 아파서 기사에게 보험처리 해달라고 했다. 그렇게 할 수 없다고 했다. 손님이 착석하기 전에 출발하는 잘못을 저질렀기 때문에 인사고과에 기록 될 것이며 요즈음 일자리 구하기 어려운데 해고당하게 될 것이 뻔하다고 하며, 개인적으로 치료비를 낼 터이니 병원에 가서 넘어졌다고 하고 치료받으라고 했다. 기사에게 돈 받아 치료하느니 차라리 내가 치료 받지 하는 마음으로, “아저씨, 다음부터는 규정 잘 지키시면서 운전하세요.”하고 말았다. 그런데 다친 손은 시간이 지나도 나을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주변에서 사람들이 그러지 말고 버스 회사에 연락해서 보험처리 하라고 충고했다.
어느 날 늘어난 손가락 인대가 갑자기 심하게 붓고 아파서 아무 일도 할 수 없었다. 그래서 그 기사에게 연락해서 보험처리 해달라고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그 순간 하나님의 음성이 들렸다.
“그래, 네가 좀 시시하게 논다고 내가 네게 준 영생의 선물, 돌려달라고 한 적 있었니?”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내 손가락에는 붕대가 감겨져 있다. 그러나 이 손가락을 보며 이 세상의 모든 것이 변할지라도 나에 대한 사랑을 절대 변개하지 않으실 예수님의 구원의 약속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음을 감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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